■ 10년에 걸쳐 변신한 트랜스포머 하우스, 경북 문경 은호네 집
경북 문경의 한 조용한 마을. 이곳에는 매년 조금씩 변신하며 가족의 삶을 담아 온 특별한 집이 있습니다. 10년 전, 미대 출신의 건축주 부부는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살이를 시작하며 첫 집을 지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집은 가족의 성장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품어왔습니다.
집의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한옥의 전통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설계된 구조는 대청마루와 포치 데크가 연결되어 있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공간이었습니다. 단차를 활용한 설계 덕분에 벽이 없어도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부부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 은호의 탄생으로 이 집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트여 있던 포치 공간은 가족의 다이닝룸으로 탈바꿈했고, 거실은 은호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평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대청마루였습니다. 원래는 앞뒤가 탁 트인 공간이었지만, 복층 구조로 재탄생하며 가족의 생활공간과 부부의 작업실을 분리하는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되었죠.
건축주는 이 집을 지으면서도 개성과 디자인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서까래를 노출한 외쪽 경사 지붕과 빨간 고벽돌, 우드의 조화는 시골 마을에서도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관을 완성했습니다. 10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아 숨 쉬며 변화해 온 은호네 집은, 주택이 단순히 사는 공간을 넘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디자인과 현실 사이에서: 오래된 집의 슬기로운 사용법
같은 마을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집이 있습니다. 이 집은 문경에 터를 잡은 다른 건축주 부부가 지은 두 번째 집입니다. 도시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꾸던 이들은 서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집짓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1억 원의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지역 목수와 미술 전공 건축주 부부 사이의 의견 충돌이 빈번했죠. 미적 감각을 중시하는 부부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목수의 갈등은 설계와 시공 과정에 끊임없는 도전 과제를 안겼습니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무몰딩, 무문턱 디자인은 벌레가 들어오고 벽틈이 생기는 등의 시행착오를 낳았고, 싱크대 상판이 뒤틀리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부부가 2년 반 동안 태국 치앙마이에 머무르는 사이, 방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화장실 벽이 무너지고, 미송 나무 창틀이 썩어가는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족욕탕은 남편의 로망이었지만 개구리와 뱀이 드나드는 소굴이 되면서 실망을 안기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러한 문제를 단순한 ‘하자’로만 여기지 않았습니다. 어려움과 실수마저도 집의 역사로 받아들이며, 그 흔적을 즐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집이 완벽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간이 만든 흔적을 자연스럽게 품으며 자신만의 멋진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주택을 꿈꾸는 이들에게
두 집의 이야기는 주택이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간과 함께 숨 쉬며 진화하는 집. 그것이 진정한 맞춤형 주택이 아닐까요? 문경의 두 집이 전하는 따뜻한 교훈을 통해, 여러분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집을 꿈꿔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