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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런 집이 정말 있을까요?

    어스름한 새벽 6시. 많은 사람이 이불속에서 좀 더 머물고 싶은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 집 아이들은 알람 소리도 없이 스스로 눈을 뜨고 책상으로 향합니다. 초등학생인 해온(12)과 로언(10)은 아침을 책과 함께 시작합니다. 마치 고시생처럼 책을 펼쳐 하루를 여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인간극장-책과-함께-시작하는-아이들
    출처 - 인간극장

    첫째인 지효(15)는 한술 더 뜹니다. 학교 갈 채비를 일찌감치 마치고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놓지 않습니다. 막내 슬안(6)은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했지만, 엄마와 누나들이 하루에 다섯 권씩 돌아가며 책을 읽어줍니다.

     

     

     

    이 집에는 텔레비전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책이 친구가 되었고, 가족 간의 대화가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특별함은 단순히 독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가족을 향한 사랑 또한 남다릅니다.

    인간극장-박주흠씨와-가족
    출처 - 인간극장

    지효는 아버지의 월급날이면 고생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막내 슬안이는 영어 캠프에 간 형과 누나가 보고 싶어 펑펑 울기도 합니다. 새해 첫날이면 가족끼리 서로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를 읽으며 또다시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쯤 되면 마치 공익광고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집이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을 키운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빠는 사춘기? 목사는 안 할래요.

    이 기특한 네 남매의 아버지, 박주흠(43) 씨는 생수 배달 기사입니다. 많은 이들이 깊이 잠든 새벽 2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깨 보호대와 팔꿈치 보호대를 단단히 착용한 뒤,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골목을 부지런히 누빕니다. 양손에 생수 여섯 개짜리 네 묶음을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한겨울에도 땀이 흐릅니다.

    생수-배달을-하고-있는-박주흠씨
    출처 - 인간극장

    사실 그는 원래 목사였습니다. 3대째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엔 시인과 가수를 꿈꾸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결국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교회를 닫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간극장-박주흠씨와-가족
    출처 - 인간극장

    ‘목회는 내가 원하던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생수 배달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무거운 물통을 나르지만, 그의 마음은 오히려 자유롭습니다. 그는 지금도 인생을 새롭게 배우는 중입니다.

     

     

     

    배우였던 엄마,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아내, 아름(43) 씨가 있습니다. 남편이 목회자의 길을 걸을 때 묵묵히 내조했고, 방황할 때는 그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용기를 주었습니다.

    박주흠씨와-아내-아름씨
    출처 - 인간극장

    그녀에게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름 씨는 대학 시절 연기를 전공하고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영화판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벅찼습니다. 그러던 중 전도사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과 함께 전혀 다른 삶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 육아 철학을 세웠고, 육아서적을 찾아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텔레비전을 없애고 솔선수범하여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말보다 행동으로 가르쳤습니다.

    행복한-부부
    출처 - 인간극장

    그러나 그녀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아이들보다 일찍 일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첫 아이를 낳고 스물아홉에 갑상샘암을 진단받아 큰 수술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매일 약을 챙겨 먹고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을 지켜나가고 있지만, 최근 병원 정기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재검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걱정은 숨길 수 없습니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아내와 아이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남편이지만, 주흠 씨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깊습니다. 부모님은 여전히 그가 목회의 길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찾고 싶습니다.

    인간극장-박주흠씨와-가족
    출처 - 인간극장

    새해를 맞아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길, 부부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 반갑기보다는 긴장됩니다. 말다툼이 생길까 걱정이 앞섭니다. 과연 그는 부모님과 마음속 응어리를 풀 수 있을까요?

     

     

    이 가족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개척했던 교회를 잃었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아프리카 르완다로 떠났지만 또 한 번의 좌절을 겪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생계가 어려워 여행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했지만, 이번 겨울방학에는 큰맘 먹고 가족 캠핑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처음 해보는 캠핑입니다.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하는 해온이의 한마디에 엄마와 아빠는 코끝이 찡해집니다.

    인간극장-박주흠씨와-행복한-가족-이야기
    출처 - 인간극장

    가족이란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게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로 눈을 맞추고, 몸을 부대끼며 사랑을 표현합니다. 힘든 하루를 보낸 가족의 어깨를 안아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그리고 오늘도 마법 같은 주문을 외웁니다. “행복해져라,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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