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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의 깊은 골목 어귀,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전통의 맛을 지켜온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비 속, 김치와 돼지고기, 신선한 채소 그리고 부드러운 메밀묵이 어우러진 향토 음식, 바로 ‘태평초’입니다. 넉넉한 한 그릇을 두고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나눠 먹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음식입니다. 예로부터 ‘태평하게 먹으며 태평성대를 꿈꾼다’는 뜻에서 태평초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전통 음식을 60년 넘게 한결같이 지켜온 장인이 있습니다. 바로 박승창(92) 씨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직접 메밀묵을 쑤고, 재료를 준비하며 태평초를 끓여 손님을 맞아왔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이 음식은 그에게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박 씨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하나뿐인 아들 종서(42) 씨가 2년 전부터 대를 잇겠다고 나섰습니다.
사실 태평초는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메밀을 직접 갈아 물에 걸러내는 작업부터 시작됩니다. 거친 메밀가루가 곱게 걸러지기까지 여러 번의 과정을 거친 후, 가마솥에 담아 뜨거운 불 앞에서 40분 이상 끊임없이 저어줘야 합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불 조절이 조금만 어긋나도 묵이 제대로 굳지 않거나 식감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소금 간은 더욱 중요합니다. 적절한 간이 맞지 않으면 밍밍하거나 짜게 되어 태평초 본연의 깊은 맛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박 씨가 매번 아들에게 “소금은 한 알도 허투루 들어가면 안 된다”라며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종서 씨는 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한결같이 지켜온 태평초의 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봐왔던 모습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가마솥 앞에 서서 땀을 흘리며 저어보니, 아버지가 왜 그렇게 정성을 쏟아왔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습니다. 메밀묵을 만들며 두 팔이 뻐근해져도, 고객이 “이 맛이 변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해줄 때면 그 수고로움이 단숨에 잊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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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아직도 종서 씨의 손놀림이 어설프다며 못마땅해합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든든합니다. 자신의 뒤를 이어 태평초의 전통을 지키려는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말로는 뭐라 해도 미소를 감추지 못합니다. 이제 그는 조금씩 주방에서 손을 놓으며, 아들에게 가마솥을 맡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태평초는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따뜻한 국물을 떠먹으며 정을 나누는 음식이자,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땀과 정성이 담긴 한 그릇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맛,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어 우리는 여전히 태평초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 맛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가마솥 앞에서는 묵을 젓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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