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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오래된 골목 사이,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집이 있습니다. 콘크리트와 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나무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이 집은 주변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나란히 자리 잡은 쌍둥이 집, 이곳은 45년을 함께한 두 친구의 우정과 철학이 담긴 특별한 보금자리입니다.
종일 씨와 정인 씨는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며 형제처럼 지내왔습니다. 정인 씨가 가족을 미국에 두고 홀로 한국에서 생활해야 했던 때, 두 사람의 우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정인 씨는 거처를 마련해야 했고, 사무실이 필요했던 종일 씨는 뜻밖의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같이 집을 지어보자.” 뜻이 맞은 두 사람은 일주일 만에 땅을 보고 계약까지 마쳤습니다. 건축가였던 정인 씨에게는 첫 실험적인 프로젝트의 시작이었고, 두 친구에게는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었습니다.
35평 남짓한 작은 땅, 서울의 구도심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은 집을 짓는 데 많은 제약을 안겼습니다. 건축 규제를 충족하면서 두 채의 집을 나란히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인 씨는 제약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설계에 도전했습니다.
외관은 건축 규제를 충족시키는 형태로 설계한 뒤 이를 정확히 반으로 나누고, 두 공간을 엇갈리게 배치해 쌍둥이 집을 완성했습니다. 내부는 더욱 도전적이었습니다. 90도 각이 거의 없는 복잡한 구조, 각 층마다 다른 박공지붕과 계단 설계는 시공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몇몇 인부는 시공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인 씨가 직접 현장을 관리하며 몇 차례에 걸쳐 수정 작업을 반복한 끝에 완공에 성공했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쌍둥이 집이지만, 내부는 두 사람의 철학을 반영해 전혀 다르게 완성되었습니다. 두 친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온도’였습니다.
정인 씨는 “공간은 각자의 생활 방식에 맞는 온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콘크리트 벽에 단열을 하지 않는 실험적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반면 종일 씨는 항상 포근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고집하며 단열에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정인 씨의 집이 계절과 공간에 따라 다양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반면, 종일 씨의 집은 언제나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는 안정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쌍둥이 집은 단순히 두 사람의 거주 공간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제 두 친구는 이 집을 젊은 작가들에게 개방해 창작의 영감을 제공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함께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 집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줍니다.
긴 세월을 함께한 친구와의 도전, 그리고 그 도전에서 얻은 성취. 이 특별한 집은 우정과 삶이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이웃들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도 용기를 얻어 새로운 도전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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